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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

20th century women 나는 누구인가? 내 가치관은 무엇인가? 일찍이 연암은 열하일기 중 ‘일야구도하기’에서 “소리와 빛은 모두 외물外物이다. 이 외물이 항상 사람의 이목耳目에 누累가 되어, 보고 듣는 기능을 마비시켜 버린다. 그것이 이와 같은데, 하물며 강물보다 훨씬 더 험하고 위태한 인생의 길을 건너갈 적에 보고 듣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치명적인 병이 될 것인가?”라고 일갈하였지만 그러한 깨달음은 연암의 경지일 뿐, 우리와 같은 범부의 인생에서 마주치는 외물과 사건들, 보고 듣는 것은 필경 누가 된다는 깨우침은커녕 우리의 마음속에서 수많은 조화를 일으켜 우리를 포로로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스스로 그 견문이 어느 순간 내면화되어 자신마저도 속고 사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20세기의 여인들 20th century women’ 설.. 더보기
최악의 하루 "그 쪽이 저한테 뭘 원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전 원하는 걸 드릴 수도 있지만 그게 진짜는 아닐거예요. 진짜라는게 뭘까? 전 사실 다 솔직했는걸요. 커피 좋아해요? 전 커피 좋아해요.... 진하게... 진한 각성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거든요. 당신들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진짜는 진실인가? 진실해야만 진짜라는 것인가?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 거짓은 가짜라는 것인데 나는 천상 가짜를 벗어날 수 없겠군. '진실은 죽어가 는 사람의 입술 위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그 진실은 누구를 위한 것? 끝내 진짜가 되지 못한 가짜의 필생의 회한 같은 것. "연극이란게 할 때는 진짜예요, 끝내면 가짜고..." 명배우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씀. 할 때마저도 진짜가 되지 못하는, 그래서 늘 겉돌고 마는, 어색한 삼류다.. 더보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눈물 속에 '춘수'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한 남자가 말했다. "사랑합니다.", "결혼 할 순 없지만 결혼하고 싶어요.", "이 느낌 평생 간직할께요.", "음 술 진짜 맛있네요." '희정'이라고 특정할 것도 없는 한 여자가 말했다. "참 솔직하셔서 좋으시겠어요.", "이런 걸 주우셨어요?", "이게 우리의 결혼반지예요." 내가 꼽는 이 영화의 백미! 두 편으로 나누어진 이야기 중, 두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언제 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을까? 없어서 참 심심한 삶이었던, 그 알량한 용기가 없어 이런 찌질한 모양새마저 한 번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나에게는 회한이거나 적어도 돌아갈 수 없는 날들에 대한 때 늦은 추억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는 것, 그 순간만은 다른 것들을 제쳐 놓을 수 있다는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