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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s every day!

유후인서 후쿠오카로^^

1월 17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김해공항으로 달렸다. 후쿠오카행 대한항공. 1989년 3월 27일, 결혼식을 올렸으니 25년이란 세월이 눈 깜짝할 새 흘렀다. 

어떻게 살아 왔는지 세세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 순간 순간들이 또렷하게 명멸하는 별빛처럼 뇌리에 남아 있을 뿐. 몰락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 窮家

貧族 念不及他라, 기실 내 안사람도 내 딸들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회한의 삶이었다. 그나마 자각조차 못할 만치 미련한 천품이어서 아내와 딸들에

게 미안하단 말조차, 몰라서도 못하고 뻣뻣한 기질 때문에도 못하고 살았다. 여행을 다녀 오잔 말을 듣고도 어떤 의미인지 한참을 몰랐으니...





Leica M6 35mm f2 1st TX Rodinal 1:100 22' 4870



 후쿠오카 공항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 여, 유후인 버스정류장에 내렸더니 바로 옆이 유후인 역, 유후인 역을 등지고 건너 편을 보다가 시선이 멈추었

다. 유후다케! 첫눈에는 그저 잘생긴 산으로 보였던 것이 이 방향, 저 방면에서 볼수록 다른 느낌이다. 처자에게 맘을 뺏긴 건달처럼 흘깃흘깃 보며 시내를

걸었는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i-phone 5










Leica M6 35mm f2 1st TX Rodinal 1:100 22' 4870



 데자 뷰, 인상이 낯설지 않다. 일본은 고작 두번째인데 묘하다. 구석구석, 이집 저집 기웃거리고 다니니 남 보기엔 우스운 몰골이겠으나 스스로는 즐겁고

푸근했다. 서글픈 역사나 집안 내력 때문에 의도적으로 폄시하고 타매했던 관념과 육신이 따로 논다. 그래서 참 묘하다.






i-phone 5



 카이카테이료칸, (한자로는 개화정이다.)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누렸다. 2개의 원천에서 나오는 온천도 더 없이 만족스러웠고 석식과 조식도 흡족

했다. 아내가 새벽에 긴린코에 가자고 해서 6시 기상, 료칸에서 빌려 준 손전등을 들고 캄캄한 마을을 빠져 나와 들길을 걷고 불산사라는 절도 지나고 곁

눈으로 보니 공동묘지도 지나친다. 느림 걸음으로 30분 정도 긴린코에 도착했다. 미명, 지척이 분간되지 않는데 마을 주민들이 즐겨 쓰는 남녀 혼탕과 재

래식 목욕탕을 청소하시는 할아버가 계셔 그 불빛에 여기 저기 들러 보다 보니 날이 밝는다. 아담한 정경, 호면에서 피어나는 물안개가 참 아름답다.


마을 주민들이 애용하는 목욕탕



 료칸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노천탕에서 몸을 녹였다가 안식, 잠깐 잠이 들었었나 보다 서둘러 체크 아웃하고 유후인 마을을 돌아 다니는데 눈발이 날리

기도 하고 빗방울이 듣기도 했다. 거리 음식들, 금상 고로케며 이름 모를 면, 아이스크림을 골고루 먹다 꼭 가야 할 집을 지나쳤다는 아내의 성화에 걸어 온

길을 30분 되걸어 찾아 간 집, 캬라반!  커피로 연륜이 느껴지는 사이폰전문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는...






캬라반가비점  /  Leica M6 35mm f2 1st TX Rodinal 1:100 22' 4870 



 유후인에서 후쿠오카까지는 열차를 탔다. 유명하다는 에끼벤 도시락도 먹어보고, 후쿠오카에 도착해서는 물어 물어 호텔행, 여장을 풀고는 야반에 이자카

야를 세군데나 돌았다. 음식도 일본스럽다는 표현이 딱이고 자주 먹던 일본 맥주의 맛도 새로웠다.








Leica M6 35mm f2 1st TX Rodinal 1:100 22' 4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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