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죽 썸네일형 리스트형 관음죽 86년 어느 봄날, 후배가 소개해 준 그녀를 만났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녀는 하얀색 차이나칼라 블라우스에 나풀거리는 연노랑꽃무늬의 치마를 입고 있었다. 우윳빛 피부가 첫눈에 들어오고 초롱한 눈망울이 내 마음에 닿았다. 세상물정도 모르고 희망적인 용기로 충천했던 나는 그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손톱만한 떡잎이 두 장 나 있는 ‘새끼관음죽’ 한 포기를 사서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생각하면서 나는 예의 나만의 꿈-남들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할-을 꾸게 되었다. 화분의 관음죽을 잘 키워 먼 훗날 그녀가 낳아 준 우리의 자식들에게 사연을 일러주고 한 포기씩 나누어 주리라고. 문제의 관음죽이 어느덧 내 키를 훌쩍 넘겼다. 아버지랍시고, 또는 바쁜 업무를 들먹이며 지난 수 년간 두 딸에게..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