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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poésie

門의 본질은 ‘닫힘’이다. 누군가의 闖入을 막아주고 窺視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 문의 본래 소임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문의 역할이라면 담을 쌓고 또 문을 낸 까닭은 무엇인가. 그러고 보면 문의 또 다른 본질은 ‘열림’이다. 그러나 그 열림은 선택적이고 제한적이어서 때로는 까다로울 수도, 어떨 때는 까닭도 없이 한없이 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風磨雨洗로 새겨진 다양한 문양들 앞에서 문고리를 열어주던 이의 손길, 문지도리로 열치고 들어서던 이의 땀내음, 문지방을 넘어서던 신발들에서 떨어져 내린 흙들과 그들의 옷자락이 스쳤을 흔적들. 그 앞에서 당당하고 또는 가슴 떨렸을, 아니라면 조바심치고 비참하게 돌아서고 말았던, 이제 문은 남았으나 그들은 사라져 흔적조차 남지 않은 사람들의 사연을, 문짝에 여울지는 빛과 그림자를 보며 나 또한 가슴 떨며 추억한다.


나는 또 추억한다, 내 삶에 새겨진 수많은 열림과 닫힘의 순간들을. 아니 열어야 할 때 열지 못하고 닫아야 할 때 닫지 못했던 쓰라린 순간들을 더 아프게 추억한다. 내가 열지 않아서 답답해했던 소중한 이들의 좌절과 속절없이 열고 서는 한동안 앓아야 했던 서글픈 회한, 새로운 것들의 두드림을 외면하고 꽁꽁 닫아걸었던 필생의 소심함과 덧없는 것들에 활짝 열려서는 시간들을 흘려버린 내 우둔함을 추억한다.



내 삶에도 죽음은 예기치 않았던 순간에 찾아오리라, 한 번 태어난 이 땅의 모든 생명체들이 그들 나름의 사연을 안고 그 순간을 맞이한 것처럼. 나의 문양들이 어떤 모습일지, 그것을 어루만져 줄 사람 몇이라도 있어 잠깐이라도 내 삶을 추억해줄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 평범한 삶, 그래서 더 소중한 사람들, 시간들, 공간들을

문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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