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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파시波市 2 “나는 수옥이 밥데기 노릇 하는 것보다 내 옆에 와 있어주는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허둥지둥하던 얼마 전의 학수를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의젓하다. 빈주먹으로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과 이제 수옥은 완전히 자기 것이라는 안심 때문에 학수는 이렇게 의젓하고 여유있고 당당해지는 것일까. 수옥은, “싫어요.” 하며 부엌으로 들어가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학수는 혼자 싱글벙글 웃다가 채신머리없이 부엌에까지 따라 들어온다 그리고는 갈비 불이 붙은 아궁이 앞에 나란히 앉아서, “동도깨비 살림 같다.” 수옥의 어깨를 안으며 학수가 된다. “이런 동도깨비 살림이라도 오래 했음 좋겠다.” 순간 학수의 눈에 불안하고 초조한 그늘이 지나간다. 그 마음이 전해지는지 수옥은 부지깽이로 불을 헤집다가 학수의 눈을 본다.. 더보기
파시波市 1 명화는 방문을 닫고 자리에 앉는다. “지금 몇 시야?” 응주는 시계를 본다. “통금 직전이군!” 응주의 표정도 바싹 모여든다. “나, 여기 있을라구 왔어요.” “여기?” “그렇게 하자고 하시지 않았어요?” 명화의 눈은 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게 말했지.” “불편하면 내일이라도 가겠어요, 오늘 밤은 여기서 재워 주세요.” “서울댁하고 다투었어?” “아뇨.” “그럼 왜, 갑자기?” “결혼하는 거예요, 하루라도 상관없어요.” “하루라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술기운이 다 달아났는지 응주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명화를 쏘아본다. “뜻은 너무 아득해서 나, 나도 모르겠어요.” 응주는 오랫동안 말없이 앉았다가 술병에 술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끌어 당겨 병째 마신다. “그렇기는 해. 너무 뜻이 아득하여 귀찮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