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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s every day!

해금강 단상


                                                                            사진 : 외도 전망대에서 본 남해 바다


  1987년 아니면 1988년 연도도  계절도 분명치 않을만치 세월이 흘렀다.  20대 중반의 시절, 그녀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던 그 때. 

부산서 가는 길도 녹록지 않던 거리, 교통편도 아득한데 어떻게 해금강을 떠 올렸는지도 기억에 전혀 없다. 확실한 것은 그녀와 해금강에서 하루를

머물렀던 것. 무일푼의 가난한 대학원생 시절, 참 호기가 하늘을 찔렀던게지. 대낚시를 빌려 갯지렁이를 물렸는데 눈 먼 고기 한 마리가 걸려주어

깔깔대고 웃었던 일, 낡은 유람선을 타다 그녀가 멀미로 고생했던 일, 낡은 마루의 민박집 방 정도가 기억에 희미하다. 


 2013년 한가위, 처음으로 내집에서 차례를 모셨다. 나로선 감회가 없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아내인 그녀는 부담만 가득 했으리라. 지난 여름 수술

한 어머니 병구완이며 처음으로 내집에서 모셨던 증조부 기제사며, 이번 차례까지 지내면서 조강지처 아내에 대한 느꺼운 감정이 가득했다.


 한가위 다음날, 외도를 가보고 싶다던 그녀의 소박한 바람 정도 못들어 주겠나 싶어 만사를 제쳐 두고 해금강으로 다시 달렸다. 기억과는 딴판, 상

전벽해도 유만부동이지... 기억과 일치하는 것이라곤 고기 잡던 바위만 의구할 뿐, 가뜩이나 흐린 기억의 한 조각도 다시 떠올릴 수 없을만치 해금

강은 변했다. 그러면 또 어떠랴, 그녀와 나는 또 다른 시간들을 함께 지내며 다시 이 곳을 찾았다는 사실이 감사한게지. 이렇게 또 세월은 흘러가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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