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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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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어린 시절, 머리 깎는 일은 고역이었다. 일명 바리깡이라 불리던 조발기계에 머릿카락이 찝혀찔끔찔끔 눈물 나는 일도, 붓으로 비눗거품 쓱쓱 바르고 신문지 조각 어깨에 올리고선 뒷머리를 까끌까끌 밀고 내려가던 면도칼의 감촉도, 이렇게 쭈그리고 머리를 숙이고 있으면 답답하던 가슴과 깃에 꼭 흔적을 남기던 물기도 정말 싫었다. 얼마나 세월이 흘렀을까. 시간이 참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이제 다시 목욕탕엘 가면 어머니나 아버지가 좀 더 힘껏 때를 밀어 주셨으면 좋겠고 이젠 이발소에 다시 가서 뜨거운 김이나는 수건을 얼굴에 뒤집어 씌여도 견딜만 할 것 같다. 외할머니가 떠 먹여 주시던 조선간장두어 방울 놓은 흰죽 숟갈이 가끔 그립고 김치와 멸치볶음이 단골이던 도시락이 또 그립다. 시간은... 시간은... 혼자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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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식사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 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대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황지우 '거룩한 식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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