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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s every day!

말러와 벤야민

 'LA필' 말러 교향곡 6번 공연,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의 연주를 한겨레신문 2015년 3월 27일자 문화면 리뷰에서 김소민 객원기자는 이렇게 평했다 "이곡에는 비극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지만 두다멜의 해석은 전반적으로 비극적이지 않았다. 생의 거대한 무게를 감당하듯 담대하게 전진했다. -중략- 말러가 사랑하는 부인 알마, 두 딸과 함께 행복한 시절을 보내면서도 삶에서 '비극'이라는 테마를 떨치지 못하고 이 곡의 동기를 써내려 갔듯, 두다멜 역시 '비극'을 모든 존재가 수반하는 근원적 불안으로 해석한 것은 아닐까?"라고.
 실로 불안한 토대 위에 서 있는, 우리들의 알량한 일상과 행복들, 그들의 어설픈 미소 뒤에 감추어져 있는 때로는 부끄럽기까지 한, 밥과 잠을 위한 노고와 그 주위를 늘 서성이는 불안의 어두운 그림자들... Szell의 말러 6번을 평소에 들으면서 떠올렸던 뜬금없었던 나의 감상들과 선이 닿는듯한, 일면식도 없는 이의 평론이 정곡을 찌르고 들어 왔다. 수업이 비는 시각, 휴대전화에 저장된 Szell의 말러 6번을 챙겨 들으면서 벤야민의 책을 읽는데 또, 한 구절이 전광석화처럼 눈을 찌른다. "정신의 깨어 있는 상태야말로 미래의 진액.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저 멀리 놓여 있는 것을 미리 아는 것보다 결정적이다.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예언처럼 텍스트에 주석을 다는 문자를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의도들을 착각해 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살지 않은 생을 카드나 정령, 별에게 넘겨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중략- 자신의 근본에 따라 운명을 재고, 운명을 이기는 힘을 가진 육체를 우리는 속이고 있는게 아닐까. 순간은 운명의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카우디움의 멍에이다. 미래의 위협을 성취된 지금의 시간으로 변화시키는 것. 이 유일하게 소망할 만한 텔레파시적 기적이야말로 신체적 정신집약이 이루어내는 성과다." (- 벤야민 <일방통행로> - 두번째 안뜰 왼편, 마담 마리안느 중에서)
 지난 몇주간 부박한 의지와 간교한 신앙으로 어쩌지 못하는, 나와 가족의 미래에 대한 공포감에 휘둘려 경원시했던 보험에 기웃거리고 잠까지 설치며 안간힘을 썼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 아침, 말러와 벤야민이 주는, 반짝이는 빛같은 이 순간을 그 동안 나의 애탐과 기도에 대한 명징한 계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씩씩하고 담대하게 쉼없이 4악장까지 행진하는 기분으로 달렸다. 아! 기쁘고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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