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을 사랑을 염원하며 회진까지 다녀오다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부산에서 약 250Km를 달려 도착 하고보니 휴양림까지 산길로 걸어
1시간 거리란다. 입구만 걷다가 포기하기로 했다. 내심 갑자기 장흥의 회진, 이 청준선생의 고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침 장흥에도 편백나무 숲이 있다니 들러서 가보기로 작정하고 장흥으로 출발!
축령산을 돌아서 나오는 길에 만난 계곡의 산수유! 그래, 봄이다!
장흥에 도착하니 3시 30분을 넘고 있는 시각,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신녹원관 남도 정식. 장흥읍 건산리 710-16. 홍어도 맛났지만
적당히 쫄깃쫄깃한 한우 육회의 맛은 일품! 배가 불러 젓갈들을 못다 먹고 온 것이 돌아 와서도 자꾸 아쉬워진다. 이놈의 식탐..끝도 없이!
편백나무, 회목, Hinoki cypress... 변하지 않을 사랑의 상징인줄 알았던 것일까, 석양의 편백나무 숲
을 거닐던 연인 한 쌍, 내려오는 길에 햇살에 얼룽대던 매화꽃잎들... 어김없이 봄은 오고야 마는구나!
“한참 그러고 서 있다 보니 찬바람에 정신이 좀 되돌아오더구나. 정신이 들어 보니 갈 길이 새삼 허망스럽지 않았겄냐. 지금까진 그래도
저하고 나하고 둘이서 함께 헤쳐 온 길인데 이참에는 그 길을 늙은 것 혼자서 되돌아서려니……. 거기다 아직도 날은 어둡지야……. 그대
로는 암만해도 길을 되돌아설 수가 없어 차부를 찾아 들어갔더니라. 한 식경이나 차부 안 나무 걸상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려니 그제사 동
녘 하늘이 훤해져 오더구나……. 그래서 또 혼자 서두를 것도 없는 길을 서둘러 나섰는디, 그 때 일만은 언제까지도 잊혀질 수가 없을 것
같구나."
“길을 혼자 돌아가시던 그 때 일을 말씀이세요?"
“눈길을 혼자 돌아가다 보니 그 길엔 아직도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지나간 사람이 없지 않았겄냐. 눈발이 그친 그 신작로 눈 위에 저하
고 나하고 둘이 걸어온 발자국만 나란히 이어져 있구나." 이 청준 '눈길' 중
가슴 속에 남아 있던 한 장면, 동구 밖까지만 바래다 주겠다던 노모가 재를 넘어 아들을 배웅하고 혼자서 돌아오던 길에 대한 회상, 한두
구절을 되새기며 이청준선생의 생가를 찾아가는 길, 머리 속에 그려왔던 마을과 거의 흡사한, 아니 그 보다도 더 정겨운 마을이 거기 남
아 있었다.
회진포 천년학 촬영지
송화가 간간히 한스런 눈으로 내다 보았던 창이었을까, 용택(유성룡 분)이 헛헛한 가슴을 달래던 창이었을까!
창밖으로 아스라한 회진포의 풍경이 객의 마음에도 처연하기만 하다.
[출처] 4. 눈길 (이청준)|작성자 타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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