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2학년인 큰 딸은 취향이 독특한 편이다. 중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신화’에 열광하고 음반까지 사 모으더니(그래서 사춘기 딸과 의견 충돌이 가끔 있었다. 난 “신화 따위...”라고 욕을 해대고 딸은 권위적이고 고지식하다며 아빠를 경원시하고^^) 몇 해 전 어느 날 문득 “아빠, 집에 비틀즈 음반 있어”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강 다 있지..”라며 CD를 챙겨 내 주었더니 디지털파일로 바꿔서 제법 듣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밥 딜런을 찾고 외국의 신예 디바의 음반을 찾기에 데뷔앨범을 찾아 주었더니 점점 내가 모르는 가수들의 CD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내 노트북에서 인터넷 서점을 로그인하고 장바구니에 음반을 담아 놓고는 사달라고 조르는 일이 잦아졌다. 제 물건을 만지면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러기도 했지만 이 나이에 “뭐 새로운 음반까지...” 싶어 사 달라는대로 사주고는 정작 관심을 주진 못했다.
그러던 녀석이 정작 고등학교에 진학하더니 콘서트에 가겠다고 조르는 것이다. 작년 어느 날 “뮤즈”공연을 보겠다고 서울을 간다기에 말려보았지만 허사였다. 친구와 동호회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다녀 오겠다기에 말리다가 지쳐 하락해 주었더니. 올해는 몇 달 전 “Kings of Convenience” 콘서트 티켓을 사달라고 다시 조르기에 별 생각 없이 구해주었다. 그러더니 몇 주 전부터 혼자 다녀오겠다는 것이다. 어찌 되겠지 싶어 모른체 했는데 대뜸 하루 전이 되고 보니 방법이 없어 같이 다녀 오자고 하였다. 내심 천리길 왕복이 부담스러웠으나 어쩌랴 딸애만 보내고서는 하루 종일 좌불안석일텐데...
공연을 보고 나온 녀석은 매우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쉽게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데 들떠서 지하철과 기차 안에서 수첩을 꺼내 연신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었다.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그도 그냥 꾹 참았다.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낯선 음악이 들리는 것이다. 아내에게 물었더니 바로 딸이 좋아하는 “Kings of Convenience”앨범이라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내심 “고놈 참...”싶었다.
“딸아... 멋지고 신나게, 아빠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