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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지 못할 소설 속의 명장면

토지 4 잊히지 못할 소설 속의 명장면 4 낙인과도 같은 어미 임이네에 대한 처절한 기억, 철없던 풋사랑에서 중인 환시리에 모멸로 끝난 장이와의 사랑까지 자신이 겪어야 할 삶의 풍상을 나름대로 이겨 낸, 이 용의 아들 홍이, 설날 아침, 살아 생전 용의 바람대로 아버지의 고향인 평사리를 떠나 간도로 갈 마음을 먹고 용의 무덤을 찾은 장면. ‘토지’ 13권 (4부 1권) P 94- 96 사랑 없는 결혼으로 맺어졌던 강청댁의 강짜와 한 번의 실수로 얽힌 임이네와의 악연, 필생의 사랑 월선과의 업. 가슴에 숱한 사연과 그리움을 묻고 오롯이 한평생을 견뎌 낸 용에게 아들 홍의 독백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보상이며 찬사가 아니었을까. 나 역시 이 한세상 두드러진 그 무엇 없이 평범하게 살고 마는 범부일진대... 홍.. 더보기
토지 3 잊히지 못할 소설 속의 명장면3 3.1운동도 기대와 달리 사그라지고 광복은 무망해 보이는 암담한 조선의 현실에서 자신의 옛 정인인 기화(봉순)와 맺어진 이 상현을 공박하던 서 의돈과 장안 부호의 아들 황 태수가 나누는 대화 장면. 절망에 찌든 지식인들의 비뚤어진 자존심, 암울한 술자리 장면의 대화에 부아가 나서 몇 번이나 그냥 넘길까 하다가 다시 보니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 우리의 이야기 같아 눈길이 머문다. 그나저나 대화 참 맛깔스럽다. 도저한 경지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박경리 ‘토지’ 10권(3부 2) P 89 더보기
토지 2 잊히지 못할 소설 속의 명장면 2 박 경리라는 작가는 그 시절에 어떤 견문과 지식의 업을 쌓았는지 ‘토지‘를 읽어 가다 동학에 관한 얘기며 하얼빈, 연해주, 용정에 걸친 민족주의자들의 논리를 접하면서 아득한 감탄을 숨길 수 없다. 그러다 소설 속 인물들의 얘기로 돌아오면 실감이 나다 못해 실없이 웃게도 하고, 함께 분노하게도 하고 어떨 땐 혼자 눈물까지 닦고 나서는 도대체 이 무슨 조화속인지 싶게 만든다. 파란만장한 ‘이 용’의 삶, 그리고 무당 딸 ‘월선’과의 사랑. 설운 사랑이야 도처에 왜 없을까마는 이 두 사람의 사연을 그리는 장면마다 처연한 마음이 일고 월선의 운명 장면, 극도로 절제한 간결체의 문장 앞에 급기야 뜨거운 가슴이 울컥하고 만다. ‘토지’ 8(2부 4권) P243-244 혼자서 염을 .. 더보기
토지 1 잊히지 못할 소설 속의 명장면 1 ‘토지’ 1부 4권 416p 이루지 못한 풋사랑은 어디 한둘이었으며 가슴 한 켠, 생채기 같은 기억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품었던 마음 한 번 제대로 말로 뱉어 보지도 못하고 끝내 갈라 설 수밖에 없었던 소설 속 어린 남녀의 이별 장면이 싸늘한 겨울날 오후, 식어버린 중년의 가슴과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돌아간다손 치더라도 다시 이루지 못할 숱한 사연들에 보내는 정념이 유행가 가사처럼 ‘강 건너 등불’같다. 2017. 12. 0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