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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지 못할 소설 속의 명장면

토지 3

잊히지 못할 소설 속의 명장면3

 

<“주는 재미, 칭송 받는 재미, 등 따습고 배부르면 으레껏 해보는 짓거리지. 그것도 약아빠진 놈들이 즐겨하는 짓거린데, -중략- 뽐내지 않는 것은 뽐내는 것보다 한 수가 위고, 그런 위인일수록 남 약 올리는 데는 능수거든.”
“발뒤꿈치 흰 것도 흉보는 시어미 같구먼.”
“아암, 발뒤꿈치 흰 것도 흉은 흉이지, 마른자리만 살살 도는 약삭빠른 며누리면 시어머니 아니라도 얄미울게야.”
-중략-
“선심 쓰는 놈들이야 으레껏 한 가지밖에 모르는 법이야. 똑똑히 들어 두어. 선심을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보다 고맙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말이야. -하략-”>

 

 3.1운동도 기대와 달리 사그라지고 광복은 무망해 보이는 암담한 조선의 현실에서 자신의 옛 정인인 기화(봉순)와 맺어진 이 상현을 공박하던 서 의돈과 장안 부호의 아들 황 태수가 나누는 대화 장면. 절망에 찌든 지식인들의 비뚤어진 자존심, 암울한 술자리 장면의 대화에 부아가 나서 몇 번이나 그냥 넘길까 하다가 다시 보니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 우리의 이야기 같아 눈길이 머문다. 그나저나 대화 참 맛깔스럽다. 도저한 경지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박경리 ‘토지’ 10권(3부 2) P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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