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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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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梅와 취 고성군 하일면 학림마을. 어디론가 가보고 싶었다. 어제까지 바람 불고 눈비 날리고 구름까지 음산하더니 오늘은 말짱하게 봄날씨로 돌아온 것이다. 매화가 보고 싶은데 광양 매화마을까지 가자니 교통체증에, 인파에 치여 외려 언짢아질 것이 뻔하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다. 학동마을이라고들 한다. 전주최씨(오늘 뵌 최대석 교장선생님 말씀으론 학동 최씨라 부른다는데) 종가집은 기억에 또렷할 만큼 인상적인 집이었다. 소박하신 종부할머님의 인상까지도. 그 때도 첫눈에 보고 반해버린 낡은 돌담에 집집마다 한두 그루 古梅가 있어 소담한 꽃을 가지 가득 달았는데 찬탄에 찬탄. 한참 꽃을 들여다 보다보니 가슴에 꽃을 상찬할만한 뜻이 남지 않았고 나아가 절개 한 웅큼이 있다 하여도 돌아보지도 않는 세상인데 그 아름다움만 취해.. 더보기
시간은... 바보처럼 멈춰서서 사람 속을 태우기도 하고 (꾹 참고 기다려야지. 쉽잖은 일이더만...) 저만큼 먼저 가서 기다려주기도 하고 (내가 너무 방심했었나) 가끔은 미친 것 처럼 자신을 태우고 질주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가 어쩌면 가장 행복한거지) 대개는 자신도 모르고 흘러가 버린다. 시간은 바람처럼, 어쨌거나 다시는 돌아와 주지도 않으면서. 더보기
관음죽 86년 어느 봄날, 후배가 소개해 준 그녀를 만났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녀는 하얀색 차이나칼라 블라우스에 나풀거리는 연노랑꽃무늬의 치마를 입고 있었다. 우윳빛 피부가 첫눈에 들어오고 초롱한 눈망울이 내 마음에 닿았다. 세상물정도 모르고 희망적인 용기로 충천했던 나는 그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손톱만한 떡잎이 두 장 나 있는 ‘새끼관음죽’ 한 포기를 사서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생각하면서 나는 예의 나만의 꿈-남들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할-을 꾸게 되었다. 화분의 관음죽을 잘 키워 먼 훗날 그녀가 낳아 준 우리의 자식들에게 사연을 일러주고 한 포기씩 나누어 주리라고. 문제의 관음죽이 어느덧 내 키를 훌쩍 넘겼다. 아버지랍시고, 또는 바쁜 업무를 들먹이며 지난 수 년간 두 딸에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