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핏줄 속에 하백의 피가 흐르긴 흐르는 것일까? 마시는 것에는 청탁이 따로 없고 밤낮이 또 없다.(이렇게 말하고 보면 “뭐 마시는 것만 좋아하냐, 먹는 거라면 다 좋아 하면서..,”라고 누군가 퉁을 주고야 말 것이다.) 마시는 것도 이력이 붙으면 어느 순간부터 幹能을 떨기 시작하는 것이다. 30대부터 차에 흠뻑 빠져서 사무실까지 다구를 벌여놓고 중작을 저렴하게 구해다가 晝夜長川 마셔댔다. 그 땐 참 오만하게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속된 말로 ‘뭣도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했었다. 귀하다는 자완을 구해놓고 抹茶를 마시고 대접하면서 삿된 허영기가 없었다고 한다면 망집이겠다. 40대 초반을 넘기면서 커피까지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태리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더라’며 에스프레소에 미쳐 비알레띠 포트를 만지작거리다 크룹 머신으로, 급기야 드립의 세계로... 아파트에서 생두를 볶다 옆집아주머니가 놀란 얼굴로 초인종을 누르며 “탄 내가 심한데, 괜찮으시냐고.” 물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망집에 붙들려 살던 젊은 날의 경멸은 어디로 도망가 버리고 차면 차, 커피면 커피 닥치는 대로 마셔대고 있다. 그나마 나 자신이 ‘뭣도 모르고’ 나부대던 치기라도 벗었다고 자위하려니 그 때나 지금이나 버리지 못한 이 놈의 俗氣는 언제나 버릴 수나 있을까.
2010. 1. 24 일 맑음 사진 Omnia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