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큰 딸애가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간다더니 느닷없이 카메라를 써 보겠단다. 넌지시 디지털카메라를 써 보겠냐고 떠 보았더니 필름카메라로 찍고싶다^^는 것이었다. 까닭없이 흐뭇한 마음을 숨기고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간단한 조작법이나 배워가라고 말해 두었다. 그리곤 인터넷 쇼핑몰에 네가 칼라 필름을 스무 롤 시켜놓았는데(난 거의 칼라는 사용하지 않아 재고도 없고 필요도 별로 없다.) 열 롤을 가지고 가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라고 했다. 이 얘기를 친구 여몽에게 했더니 마음이 고운 여몽 그 친군 자기가 쓰던 펜탁스 MX 신동카메라와 펜탁스 50 1.4 렌즈를 선뜻 선물로 주겠다는 것 아닌가? 딸애 고등학교 입학할 때 선물도 제대로 못했다며...
딸애도 펜탁스를 보더니 좋아하는 것이다. 거참. 간단한 조작법만 알려주고 필름을 주어 여행을 보냈다. 이튿날 국제 전화로 이것 저것 묻고 또 그 사이에 미러가 올라 붙어 소동을 피우고 애를 쓰이게 하더니 기특하게도 미러가 붙었단 말을 듣곤 제 손가락으로 잘 내렸다며 잘 찍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거참하고 있었다.
돌아와서 현상해 달라고 조르는데 서울 현상소에 보낼 틈도 없이 보채기에 동네 메가마트 현상소에서 현상하고 스캔해 보았다. 흔들리기도 하고 노출이 안 맞은 사진들도 많았지만 그 중 신선한 컷도 몇 컷 보였다.(역시 눈에 콩깎지가 씌운 것이겠지만...^^)
대학가면 제대로 배우고 사진을 찍겠다는데, 자식이 사진을 해보겠다는 이유만으로 주책없이 덩달아 좋아하고 있는 나는 역시 팔불출을 면키 어렵겠다.
pentax MX 50 1.4 pr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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