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가까운 나이에 무엇인가 찍고 싶어 무작정 쫓아 다니던때, 그냥 사진이 참 좋았던 시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열에 들떠 일요일 새벽마다 부산, 경남, 전남 일대 고건축물을 촬영하고 다니다가 어느날... 거리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맨처음 찾아 갔던 곳, 10년쯤 되었나보다. 열린 대문 틈으로 집안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나이드신 주민분들에게 어설프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카메라에 담긴 36컷 필름 한 롤도 채우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이 허다했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의 공간!
7- 8년만에 다시 갔다. 목요일 오후 혼자서 나선 길에 눈찜을 해 두었던 장유 율하 재개발지구가 폐허가 된 것을 보고서 갑자기 떠 오른 곳. 두어 시간을 천천히 걸었으나 이제 낯익은 얼굴은 찾을 길 없고 오리 고기 집들만 즐비하다. 빛바랜 기억의 조각을 맞추듯 몇 컷을 담고 돌아왔다. 이제도 한 롤, 다 채우지 못했다!
2015. 01 안창마을
Leica M3 50mm rigid f2 Retro100 Rodinal 9000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