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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poésie



 

아네스의 노래                    -이 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얼마나 오랜만에 가슴을 울리는 영화를 만났는지, 보는 내내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치고 있었다. 몽타쥬나 과도한 클로즈업 영상들, 감각의 생살 같은 예민한 곳들만 헤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손발 오그라드는 영화들, 들을 땐 감각적이지만 돌아서면 마음이 공허해 지는 멋지기만 한 대사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런 영화들에 식상해가고 있었나 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심야인데도 일어나 박수를 치고 싶었다. 물론 마음으로만 열렬히 치고 말았지만. 영화 속 많은 시들이 나왔다. 아닌 것처럼 툭 마음에 닿았던, 그리곤 뇌리에서 잊혀 지지 않는, 마지막 장면의 시, 자살한 여중생의 노래다. (짓을 내어 꾸미는, 낭송 전문가연하는 사람들과의 톤과는 사뭇 다른 윤정희씨의 낭송도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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