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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Paradise

완벽한 가족 BLACKBIRD

그녀가 나온 영화는 거진 다 본 것 같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라면 시간을 비우고 마음을 작정하고서야 관람하는 습성이 생긴 지 오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그녀, Kate Winslet 얘기다. 2021년 출연작 완벽한 가족 BLACKBIRD’, Roger Michell 감독, Susan sarandon, Sam Neill이 함께 출연한 영화. 보는 내내 뭉클하기도 하고 호되게 따끔하기도 한 가족 드라마였다. ‘완벽하다는 것은 반어였을까, 아니라면 스스로 죽음을 결정한, 그래서 죽음을 하루 앞 둔 어머니와 함께 가족들은 한 걸음씩 완벽을 향한다는 것일까?

 

가족은 고사하고 스스로 한 몸도 언감생심 완벽을 꿈꿀 수도 없었지만 타인에게는 최대한 조그마한 티라도 숨기고 싶었던, 그래서 할 수 있다면 완벽을 가장하고라도 싶었던 범부에게 다가온 섬광 같은 충고였을까 대사를 듣다가 딴청을 피우기도 하고 인물들의 표정을 똑바로 응시할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

 

 

1. 손자에게 외할아버지가 외할머니(릴리)의 결정을 설명하는 대사.

 

몇 주 있으면 아예 못 움직이고 말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해. 삼키지도 못하면 얼마나 끔찍하겠니? 기계에 둘려 쌓여서 호흡도 의지해야 하고 침도 빼야하지. 그리고 식사도 튜브로 해야해, 구멍 뚫어서. 그러긴 싫은거야. 그래서 결심한거지. 자기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는 지금이 마땅한 때라고.”

 

 

2. 릴리의 제안으로 마련한 철 아닌 크리스마스 가족 파티에서 손자의 랩

 

가족, 가족, 하나가 아닌 일족 ... 가끔은 맞서고 계획을 짜고 ... 받아 들여, 해결책. 다짐해, 내결심. 공모와 혼란. 다들 옳은 길을 안다고 생각해. 하지만 세상은 두려움. 생각은 번개 같음. 감정의 치솟음. 슬픔은 내일로. 내일의 시간은 빌린 것. 공허해도 살아서 죽고 저항해. 작별인사를 해. 내 영혼을 느끼며. 그것이 결승선, 그러니 흐르는 대로...”

 

 

3. 파티에서 릴리와 사위의 대화

 

안 무서우세요

자네는?”

제가 죽지는 않으니까요.”

언젠가는 죽지.”

다들 죽을거란 건 알고 있잖아. 난 그 날이 언제인지 몰랐던 것 뿐이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예요. 그걸 잊고 살아야 삶에 집중하잖아요?”

그런데 잊지 않으면 더 잘 살게 돼. 거지 같은 것들에 갇혀 있지 않아야 모험도 해보고 규칙도 어기며 살지 안 그래? 하루는 너무 천천히 가고 한 해는 너무 빨리 가네.”

 

4. 아버지()와의 불륜을 의심하는 제니퍼와 리즈(릴리와 폴의 절친)의 대화

 

너 아빠와 내가 연인 관계란거지?”

그럼 아니예요?”

세상에... 너 그거 알아 넌 옛날부터 혼자만 잘났지. 넌 운 좋은거야. 널 아끼는 남편, 훌륭한 아들. 그런데도 뭐 하나 어긋난 걸 못 참아.”

 

입버릇처럼 얘기해왔다. 난 참 운이 좋았다고(그것이 신의 축복이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내 삶은 이기적이었으므로), 고맙게 한 세상을 건너왔노라고. 그런데도 뭐 하나 어긋난 걸 못 참고분노하고 애태우고 조바심을 부렸을까, 제 깜냥도 모르고서.

 

오래 전 담배를 끊었다던 마이클(사위)처럼 나도 다른 이들과 주어진 현실과 남은 시간을 받아 들이고 마리화나한 모금쯤 느긋하게 피워 볼 수 있을까나. 부디 그러기를, 어림도 없는 완벽이나 가장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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