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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Paradise

Bugsy

은근히 갱스터 무비를 좋아하는 경향이 나에게도 있다. 본바닥의 영화로는 두 말할 것도 없는 ‘대부’ I, II, III을 위시해서 ‘Once upon a Time in America’나 ‘Goodfellas’, 우리 나라 영화로는 ‘우아한 세계’나 ‘신세계’, ‘거룩한 계보’를 수시로 다시 보기가 일쑤이다.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나온 영화는 대강 다 본 듯하다. ‘Love Affair’는 열 번쯤 본듯하고 ‘Bugsy’역시 아껴보고 아껴보는 영화 중 한 편. 얼마나 빠졌던지 영화 속 벤 시걸이 자주 입고 나오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 체크 양복을 오랫동안 즐겨 입고 다닐 정도로.(물론 워렌 비티의 핏과는 거리가 멀었겠지만.^^)

무자비한 갱과 몽상가의 이중성을 환상적으로 그려가는 워렌 비티의 연기, 특히 꿈을 이야기 할 때나 버지니아(아네트 베닝 분)를 바라볼 때 그의 눈빛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명연이다,(스틸 사진을 못내 구하고 싶었으나 결국 구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아네트 베닝의 매력은 ‘Love Affair’에서 더 빛나는 것으로 생각될 만큼 ‘Bugsy’에선 워렌 비티가 독보적이다.

벤 시걸의 꿈. 황량한 네바다 사막 위에 라스베이거스의 출발인 호텔 ‘Flamingo’를 세우는 일. 완벽을 추구하다 건축자금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만 가고, 버지니아는 다툼 끝에 벤을 떠나고, 게다가 믿었던 버지니아가 이백만불을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렸다는 정보가 동업자인 갱들에게 알려지자 그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 보스들의 회의에서는 그를 제거하자고 하고 필생의 친구인 마이어는 플라멩고 호텔의 오프닝을 지켜보고 실패로 여겨지면 자신이 제거하겠다고 약속한다.

개장일, 폭풍우에 번개까지 몰아치고 썰렁한 호텔 로비에는 깜박이는 전등에서 빗물이 새고 급기야 정전까지. 벤 시걸은 개장을 연기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나서 마이어를 전화를 받는다, LA로 오라는.

“마이어, 부탁이 하나 있네. 무슨 일이 있어도 버지니아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해주게. 그 약속만 해 주면 오늘밤 LA로 가지.”

“고맙네, 마이어. 내가 충고하는데 절대로 지분을 팔지 말게.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 할거야.”

그 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LA로 향하는 비행기가 이륙하려는 순간, 클락션을 울리며 달려 오는 세단, 그리고 버지니아, 뜨거운 포옹.

“미안해 벤. 같이 있어줘야 했는데.”

“이렇게 왔잖아. 나한테는 당신뿐이야.”

“LA에 가야 한다고? 돈 때문이라면 안 가도 돼.”

“무슨 소리야? 이백만 달러군... 당신이 나보다 나은 사업가라고 늘 말했는데 왜 그랬어?”

“모르겠어... 아마도 우리를 위해서 가져간건지... 날 위해서였는지... 혼란스럽고 두려워서였는지 정말 모르겠어... 어쩌면 코니 아일랜드에 가서 핫도그를 사 먹으려고 했는지도...”

“잘 들어 은행에 도로 넣어 둬. 만약을 위해서... 가야겠어.”

“당신이 원한다면 나도 같이 갈 수 있어.” “비행기로?”(그들이 처음 네바다 사막으로 오던 날, 버지니아는 애처로울만치 비행기를 못타겠다고 해 자동차로 장시간을 운전해야 했던 장면이 있다) “그래” “이런 날씨에?” “그래” “그렇군, 어서 가. 두세 시간 후면 돌아 올거야.”
마지막 키쓰. “사랑해 벤”

어두운 밤, 공항에서의 애절한 이별은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장면이. 빗 속에서 공항의 마지막 이별은 ‘Allied’의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코띠아르가. 그리고 ‘Bugsy’는 결코 잊을 수 없다.

'Bugsy'(1991) 감독 배리 레빈슨, 워렌 , 아네트 베닝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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