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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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훌쩍 지났다. 내 나이 20대 중반, 한 여학생이 어머니께 물어가며 한 손 한 손 떠서 선물한 스웨터다.
사연도 바래고 마음도 낡고 스웨터 속 육신도 형편없이 노쇠해버렸는데 옷은 그대로 늠름하니 옷 앞에 사람 꼴이 말이 아니다.
요새 옷 보다 많이 두껍고 무겁다, 살아 온 시간의 무게처럼. 그래서 자주 입진 않는다. 사시사철 사무실 옷걸이에 걸어 놓고 기온이 내려가 스산한 날, 마음이 많이 쓸쓸한 날 어깨에 두르고 앉아 스스로를 돌아보기 딱 맞는 옷.
앞으로 30년쯤 더 할 수 있으려나!
(예상과 맞으실지 알 수 없으나 그 여학생은 지금 집사람이다.^^)
반전, 그 전에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스웨터깨나 받았는데 아마 본가 장롱 속에 잠자고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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