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내 가치관은 무엇인가? 일찍이 연암은 열하일기 중 ‘일야구도하기’에서 “소리와 빛은 모두 외물外物이다. 이 외물이 항상 사람의 이목耳目에 누累가 되어, 보고 듣는 기능을 마비시켜 버린다. 그것이 이와 같은데, 하물며 강물보다 훨씬 더 험하고 위태한 인생의 길을 건너갈 적에 보고 듣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치명적인 병이 될 것인가?”라고 일갈하였지만 그러한 깨달음은 연암의 경지일 뿐, 우리와 같은 범부의 인생에서 마주치는 외물과 사건들, 보고 듣는 것은 필경 누가 된다는 깨우침은커녕 우리의 마음속에서 수많은 조화를 일으켜 우리를 포로로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스스로 그 견문이 어느 순간 내면화되어 자신마저도 속고 사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20세기의 여인들 20th century women’ 설 연휴 볼 만한 영화를 찾다가 아네트 베닝 Annette Bening에 끌려 보게 된 영화. ‘벅시’와 ‘러브어페어’ 이후 매혹되었던 배우여서 주저하지 않았다. 나이 마흔에 낳은 아들을 혼자 기르면서 그야말로 교학상장이랄까, 아들도 어머니도 함께 성장하는 스토리다.
누구나 인생에는 서툴기 마련인데 알량한 내 생각에 갇혀 나는 딸들에게도 또 삶의 순간에서 마주 친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고리타분한 꼰대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들의 삶과 생각에 대한 이해보다는 언제나 나의 가치관과 이해가 먼저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도대체 나의 생각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던지 설 연휴 부끄럼 속에 되짚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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