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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Paradise

레볼루션너리 로드

 

혁명은 파리에도 레볼루션너리 로드에도 없다.

 

급격한 변화, 멀리는 르네상스와 시민혁명, 산업혁명이, 가까이는 동학혁명과 4.19혁명이 보여 주듯 이론대로 혁명은 해방과 자유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프랭크에게 혁명은 마지 못한 것. 자신이 절실하게 원한 것도 아닌 억지 춘향의 희망. 그는 아무리 봐도 나와 비슷한 류의 흔해 빠진 속물이다. 심지어 에이프릴에게는... 왜 그녀는 그토록 파리를 소망했었나, 연극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한 자괴감이, 50년대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되던 시절, 가정 주부의 나른한 안락함이 이유였을까? 프랭크는 특별한 사람이라던, 그래서 파리로 가 자신이 희생할 테니 프랭크에게는 살고 싶은 삶을 살아보라던, ‘파리를 꿈꾼 에이프릴의 순정적 사랑은 진실했었나. 이웃집 남자와의 불륜이 허망함 때문이었다면 너무 뻔한 자기기만이다.

 

젊은 날 나 또한 열망했으나 파리에는 가보지 못했다. 여러 가지 변명들을 늘어놓으며 살아왔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 어쩔 수 없이 걸어온 시간에 대한 회한이 누구에게든 없을 수 있으랴.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이렇게 살고 싶었냐고 자문해 보자. 그럼에도 여지껏 나는 잘 모르겠다. 과연 혁명이 있기나 한 것인지, 있다면 우리가 생각한 혁명이 맞기는 한 것인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사전엔 그 어디에도 혁명은 없다.

 

 

누가 미친걸까? 안 미친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존 기빙스의 대사는 위선의 정곡을 찌르고 들어 왔다. 명분 뒤에 감추어 온 비겁함, 합리로 덧칠한 이기심, 그러고도 숨기지 못했던 소심함이 계속 쓰라렸다. 이쯤 되면 정상과 광기가 역전되는 현실, 내가 교묘하게 미친 것이었던가. 그러면서 태연하게 그들처럼 가면을 쓰고 살았나. 그래 인정할 수도 있는 일이다. 돌이켜 보면 내 삶에도 납득되지 않는 일 투성이들. 그러니 어쩌자는 말인가? 안 미치고 살았다면? 적어도 지금부터라도 안 미친다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아무래도 일평생 파리는 못가고 말 것이다.

 

순편하게 사노라 다지고 다져온 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의 색감은 더욱 짙어지기만 한다.

 

Revolutionary Road인가? Road to Perdition인가?

 

 

‘Revolutionary Road’ 2008년 제작 2009.02.19 개봉 | 청소년관람불가 | 118분 감독샘 멘데스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마이클 섀넌, 라이언 심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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