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머리 깎는 일은 고역이었다. 일명 바리깡이라 불리던 조발기계에 머릿카락이 찝혀
찔끔찔끔 눈물 나는 일도, 붓으로 비눗거품 쓱쓱 바르고 신문지 조각 어깨에 올리고선 뒷머
리를 까끌까끌 밀고 내려가던 면도칼의 감촉도, 이렇게 쭈그리고 머리를 숙이고 있으면 답답
하던 가슴과 깃에 꼭 흔적을 남기던 물기도 정말 싫었다.
얼마나 세월이 흘렀을까. 시간이 참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이제 다시 목욕탕엘 가면 어머
니나 아버지가 좀 더 힘껏 때를 밀어 주셨으면 좋겠고 이젠 이발소에 다시 가서 뜨거운 김이
나는 수건을 얼굴에 뒤집어 씌여도 견딜만 할 것 같다. 외할머니가 떠 먹여 주시던 조선간장
두어 방울 놓은 흰죽 숟갈이 가끔 그립고 김치와 멸치볶음이 단골이던 도시락이 또 그립다.
시간은... 시간은... 혼자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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