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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poésie

門 II

고집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억지스런 합리화로 스스로를 무장하고
가소로운 자존심을 앞세워서
먼저 열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문을 열거나
나의 문을 열고 들어설 때까지
또아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방법을 몰랐습니다.
어떻게 고리를 따고 열어야 하는지
어떡해야 내가 먼저 열어도 쑥스럽지 않을런지
마침내 열고 나면 또 어째야 하는지
망설이고 더듬거리다 시간이 갔습니다.

아니 정말은 무서웠습니다.
열고나면 보여야할 부끄러운 속살들이,
속으로 고여 있는 역겨운 냄새들이,
아니 문을 열고
당신을 맞아서
당신의 부피만큼 나를 비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만 흘렀습니다.

문고리도 부숴지고,
칠도 벗겨졌습니다.
애써 열지 않아도
여기저기 삭아내린 부분들때문에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삐걱거리며 문을 엽니다.

수척한 채로,
나보다 더 외로워하며
문앞에서 힘들게 나를 기다린 당신을
그제서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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