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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poésie

Memory 어린 시절, 머리 깎는 일은 고역이었다. 일명 바리깡이라 불리던 조발기계에 머릿카락이 찝혀찔끔찔끔 눈물 나는 일도, 붓으로 비눗거품 쓱쓱 바르고 신문지 조각 어깨에 올리고선 뒷머리를 까끌까끌 밀고 내려가던 면도칼의 감촉도, 이렇게 쭈그리고 머리를 숙이고 있으면 답답하던 가슴과 깃에 꼭 흔적을 남기던 물기도 정말 싫었다. 얼마나 세월이 흘렀을까. 시간이 참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이제 다시 목욕탕엘 가면 어머니나 아버지가 좀 더 힘껏 때를 밀어 주셨으면 좋겠고 이젠 이발소에 다시 가서 뜨거운 김이나는 수건을 얼굴에 뒤집어 씌여도 견딜만 할 것 같다. 외할머니가 떠 먹여 주시던 조선간장두어 방울 놓은 흰죽 숟갈이 가끔 그립고 김치와 멸치볶음이 단골이던 도시락이 또 그립다. 시간은... 시간은... 혼자 .. 더보기
집착 낡은 시간들의 다시 만날 수 없는, 정지된 순간. 사물의 시간도 함께 숨이 멎는 고요함. 이 또한 지나면 사물도 나도 시간조차도 그 낡음 속으로 흘러 간다. 2012. 3. 31 가덕도 외양포 더보기
욕정 뒤에 남는 것, 영산포 "할아버지, 저 주산 학원이 왜 저렇게 버려져 있어요?" "쩌으그 원장이 딸래미 친구하고 붙어 먹었으. 처음엔 나주로 도망 갔다가 아예 제주도로 가벼렸당께. 원장 마누라가 말수도 적고 참 사람 좋았으. 신랑 그리댄께 홧병이 나 죽어 벼렸지. 원장 그 양반도 속은 있었던게벼. 여그 와서 한참을 울고 갔다니께... 10년 너머 됐으" 욕정 뒤에 남는 것, 회한! 2006년 3월 영산포 더보기
The eyes 아무 소용도 이제 없는 일이겠지만 자네들... 결코 잠들어서는 안되네.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게 보지 못하고 추한 것은 또 그대로 볼 수 없었던, 사소한 일상은 사소해서 담지 못하고 살펴야 할 것들은 제대로 보지 못했던, 필생, 사랑하는 이를 따스하게 바라 본 적도 없고 그 누구를 위해서 뜨거운 눈물 한 번 흘려본 적 없는, 그 서글픈 눈, 결코 감아서는 안되네. 마지막 순간이 언제인지는 어차피 자네도 나도 모를 일 아니던가.  더보기
말 III 참 많이도 주절거렸네, 그래 참 물색 모르고도 잘 나불거렸네. 내 일은 아닌 척 쏙 빼놓고, 남의 일들만, 고것도 좋은 일은 그만 두고 꼭 고런 일들만. 알기는 어째 정확히도 알았던가, 제대로 모른다고 까발리지 않 았다면 세상은 참 적막강산이었겠지. 뭣 때문에 그랬던가, 이 유라도 있었던가, 뭐 딱히 그럴 만한 이유도 없었다면 이거 참 피차간에 민망한 셈이구만. 그래 굳이 까닭을 말하자면, 뭐 그 까닭도 변변찮지만서도, 재 미 삼아라도 찧어대던 방아심으로 살았다고 번죽번죽 둘러대면 말이나 될라나 몰라. 그나저나, 그 수다한 말 덩어리들은 연기처럼, 바람처럼 제대로 흩어지긴 흩어진 건가. 오롯이 그 누구의 맘 구석에 여즉토록 고스란히 쌓 여 있는 건 설마, 설마 아니겠지? 더보기
Day & night 어떤 낮은 사랑으로 가슴 벅차고 어떤 밤은 그리움으로 호젓했으면 어떤 낮은 보람으로 둥실 오르고 어떤 밤은 기대감으로 차올랐으면 Day & night... 2010. 한가위 사진 OmniaII 더보기
기다립니다. 기다립니다, 담을 수 없는 숙명인 줄 알면서도 부운을 향해 가슴을 활짝 열고. 기다립니다, 스쳐 지나갈 뿐인, 어차피 가고 나면 더 아플 줄 알면서도 바람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더보기
待望 희망은 오늘도 구름속에 갇히고 기다림은 빛살처럼 마음 한가득 10. 08. 26 근 일 년을 기다렸던 사업이 유찰된 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