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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poésie

Signal 딱히 가자니 참 길도 아득하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어져버린, 한 발 내어딛자니 용기가 없고 그대로 버티기엔 너무 뾰족한,,, 더보기
승천할 수 있을까? II 곧추 선 채로 얼마나 매달려 있었을까? 바람이 넘나드는 동공으로 바라보는 아득한 하늘. 얼마나 더 비워야 하는건지 말라들수록 뻣뻣해지는 비늘같은 애욕과 집착의 지느러미. 두런대며 불안한 눈빛으로, 그래도 비워낼 수만 있다면 아득했던 저 하늘 너머로 그래도 승천할 수 있을까.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2006. 2 온천장 옛길 사진 leica M3 50 2.8 elmar Tx400 더보기
Regression 군색하기로야 겉으로 번드르르한 것 만한 것이 있나. 휘황찬란한, 기름기가 살짝 도는 듯한, 쌈빡하기도 하고 새첩고 깜찍한 것들, 은근히 사람들의 눈을 끌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마저 솔빡 가져가 버리는 것들. 이제는 돌아서야지. 퇴화도 좋고 회귀라도 좋겠네. 수줍던 웃음과 어색한 눈짓, 덥썩 내밀지 못하던 따뜻한 손과 가슴 두근거리는 서툰 음성. 대상에 대한 설렘이 아롱거리며 빛나던 시간으로 이제라도 돌아서야지. 군색하기로야 겉으로 번드르르한 것 만한 것이 있겠나. 2007. 12 중국 상해 더보기
아네스의 노래 -이 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 더보기
시간은... 바보처럼 멈춰서서 사람 속을 태우기도 하고 (꾹 참고 기다려야지. 쉽잖은 일이더만...) 저만큼 먼저 가서 기다려주기도 하고 (내가 너무 방심했었나) 가끔은 미친 것 처럼 자신을 태우고 질주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가 어쩌면 가장 행복한거지) 대개는 자신도 모르고 흘러가 버린다. 시간은 바람처럼, 어쨌거나 다시는 돌아와 주지도 않으면서. 더보기
라이카클럽 전시회 제 3 회 라이카클럽 전시회 "My Expression." 1. 장 소 :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2전시장(약 70평/복층) 2. 일 시 : 2010년 3월17일 ~ 3월23일(1주일) 3. 전시 오프닝 행사 : 2010년3월17일 오후 4시 ~ 오후 7시 4. 갤러리 개관 시간 : 오전10시 ~ 오후6시(8시간) 5. 전시 종료 : 2010년 3월23일 11시30분 문 안으로 나오다 문 밖에 혼자 서 있었습니다. 한낮이더니 어스름이 내리고 깜깜하다가 아침도 왔습니다. 태양이 내리 쬐더니 비가 내리고 가끔은 눈발이 날리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문 밖으로 번잡한 거리가 서기도 하고 고즈넉한 시골길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바다가 또는 광활한 산하가 펼쳐지기도 하고 문득 사람이 다가서기도 합니다. 혼자여서.. 더보기
The Innocent The Innocent Graham Greene 지음 김미성 옮김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전도서 2: 2 - 3 그는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태어나서 12년을 자란 곳, 까맣게 잊었다고 생각했던 비숍헨드런을 아주 우연하고도 속된 계기로 -그는 전날 밤 술집에서 우연히 롤라라는, 하루 저녁 지내기 좋을만한 여자를 만나고 그 여인이 가고 싶다는 시골을 생각하다 우연히 떠올린 곳이 고향이었다. - 다시 찾게 되었다. 1. 기억은 생각보다 쉽게 지울 수 없다. 그는 그동안 30년을 지나면서 고향을 잊었다고 생각해왔다. ‘각별히 행복하거나 또 별나게 불행하지도 않았던 지극히 평범한 세월’이었으.. 더보기
공소 이제는 인적도 드물어 가는 길조차 쇠락해져 버린, 들풀이 우거진 속, 거미줄을 헤치고 손잡이의 먼지를 털어 내면 구라파의 웅장한 고딕 성당, 중세풍 수도원의 위용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기억의 뒤안으로 사라져 가는, 이제는 흔적들의 공간. 현존하는 우리들의 빛나는 모습은 차라리 가식이리라. 그러나 존재가 남기는 흔적은 늘 소박하고 진실하다.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던 盛裝을 벗어버린, 낡고 퇴락한 모습으로 서있는 겨울나무처럼. 따뜻한 마음들이 낮게 중얼거리는 기도소리와 음정이 제각각인 성가의 합창, 다소곳하게 수그린,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목덜미와 거칠어진 마디로 모아진 손아귀들, 아름다운 소망과 신심들이 빛자락처럼 흩어져 있는, 소담한 공소들의 스산한 흔적들... 흔적들 앞에서 잊고 살았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