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every day! 썸네일형 리스트형 첫작품 지난 5월, 큰 딸애가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간다더니 느닷없이 카메라를 써 보겠단다. 넌지시 디지털카메라를 써 보겠냐고 떠 보았더니 필름카메라로 찍고싶다^^는 것이었다. 까닭없이 흐뭇한 마음을 숨기고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간단한 조작법이나 배워가라고 말해 두었다. 그리곤 인터넷 쇼핑몰에 네가 칼라 필름을 스무 롤 시켜놓았는데(난 거의 칼라는 사용하지 않아 재고도 없고 필요도 별로 없다.) 열 롤을 가지고 가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라고 했다. 이 얘기를 친구 여몽에게 했더니 마음이 고운 여몽 그 친군 자기가 쓰던 펜탁스 MX 신동카메라와 펜탁스 50 1.4 렌즈를 선뜻 선물로 주겠다는 것 아닌가? 딸애 고등학교 입학할 때 선물도 제대로 못했다며... 딸애도 펜탁스를 보더니 좋아하는 것이다. 거참. 간단한 조.. 더보기 자불기심시自不欺心始 이상을 좇고 다가올 삶에 대해 용감하게도 꿈을 품었던 시절, 은사들의 연구실에서 곁눈질로 흠모하던 한국난들을 무모하게도 키워보리라 작정했었다. “뭐 돌보고 가꾼다 말이고. 난초 지도 생물인데 지가 살려고 노력해야지, 안 그라믄 마 죽는기고.”하시던 선생님의 말뜻도 헤아리지 못하고 물도 아껴서 조금 주고 방치하는 것이 자랑인양 민춘란 50여 분을 연립주택 서향 베란다에 놓았었다. 이십대 후반,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대부분 고사하였고 한두 분만 질긴 생명을 놓지 않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분가를 하고서도 그 화분만은 버리지 못해 가끔씩 돌보면서 너댓 분으로 분주해놓고 건성으로 지내면서 언감생심 다시는 난초를 키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사실, “寫蘭亦當 自不欺心始, 난초를 그린다면 마땅히 자기의 마음을.. 더보기 Amen "언제나 노력하며 스스로 애쓰는 자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습니다." - Faust - ...... 10. 06 영도 대평동 사진 OmniaII 더보기 실의태연失意泰然 사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걸, 또 그걸 잘 안다고 했었던 건 말 그대로 관념일 뿐, 살면서 앞이 트이지 않을 땐 깃털만한 일에도 상심하고 좁쌀 같은 일에도 감정이 반전한다. 이쯤 되면 “失意泰然”“得意淡然”의 경지는 오르지 못할 봉우리가 아니라 아예 부아를 돋우는 얘기가 되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 요즘은 법원도 가야하고 어제는 경찰서도 다녀왔다. 산마루에 서서 남루한 깃발인 채로나마 나부끼고 싶다. 그래 봐도 현실은 요지부동이겠지만! 2010. 6 삼랑진 만어사 Hassel 503cw 120CFE E100vs Bodabom 더보기 待望의 시간 待望의 시간이 오래다. 반년의 세월을 웅크리고 살면서 대학 졸업후 하루도 무직이었던 적이 없었던 뜀박질은 멈추고 아득해서 감각이 없다. 일기마저 “춘래불사춘”을 체감하라는 듯 봄날 내내 바람 불고 비 오고 추웠다. 라고 되뇌이던 “春夜宴桃李園序”의 관념은 어느 새 迷夢이 되고 말았다. 지난 주 아내와의 일로 참담하다. 자괴감에 눌려있다. 저녁 무렵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집에 있기도 괴로웠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추운 날씨, 두 번의 ‘자빠링’으로 오른 어깨와 손목이 아직 쑤시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의식을 놓고 그저 달리다 보니 사춘기 시절을 살았던 금정구 안동네, 금사동 회동 수원지다. 사위에 어둠이 지는 무렵 떨어져 드문드문한 봄꽃의 자취는 비감하고 자리에 돋아나는 푸른 신록의 자태는 무심하다. 돌아.. 더보기 Kings of Convenience 고 2학년인 큰 딸은 취향이 독특한 편이다. 중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신화’에 열광하고 음반까지 사 모으더니(그래서 사춘기 딸과 의견 충돌이 가끔 있었다. 난 “신화 따위...”라고 욕을 해대고 딸은 권위적이고 고지식하다며 아빠를 경원시하고^^) 몇 해 전 어느 날 문득 “아빠, 집에 비틀즈 음반 있어”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강 다 있지..”라며 CD를 챙겨 내 주었더니 디지털파일로 바꿔서 제법 듣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밥 딜런을 찾고 외국의 신예 디바의 음반을 찾기에 데뷔앨범을 찾아 주었더니 점점 내가 모르는 가수들의 CD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내 노트북에서 인터넷 서점을 로그인하고 장바구니에 음반을 담아 놓고는 사달라고 조르는 일이 잦아졌다. 제 물건을 만지면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러기.. 더보기 古梅와 취 고성군 하일면 학림마을. 어디론가 가보고 싶었다. 어제까지 바람 불고 눈비 날리고 구름까지 음산하더니 오늘은 말짱하게 봄날씨로 돌아온 것이다. 매화가 보고 싶은데 광양 매화마을까지 가자니 교통체증에, 인파에 치여 외려 언짢아질 것이 뻔하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다. 학동마을이라고들 한다. 전주최씨(오늘 뵌 최대석 교장선생님 말씀으론 학동 최씨라 부른다는데) 종가집은 기억에 또렷할 만큼 인상적인 집이었다. 소박하신 종부할머님의 인상까지도. 그 때도 첫눈에 보고 반해버린 낡은 돌담에 집집마다 한두 그루 古梅가 있어 소담한 꽃을 가지 가득 달았는데 찬탄에 찬탄. 한참 꽃을 들여다 보다보니 가슴에 꽃을 상찬할만한 뜻이 남지 않았고 나아가 절개 한 웅큼이 있다 하여도 돌아보지도 않는 세상인데 그 아름다움만 취해.. 더보기 관음죽 86년 어느 봄날, 후배가 소개해 준 그녀를 만났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녀는 하얀색 차이나칼라 블라우스에 나풀거리는 연노랑꽃무늬의 치마를 입고 있었다. 우윳빛 피부가 첫눈에 들어오고 초롱한 눈망울이 내 마음에 닿았다. 세상물정도 모르고 희망적인 용기로 충천했던 나는 그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손톱만한 떡잎이 두 장 나 있는 ‘새끼관음죽’ 한 포기를 사서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생각하면서 나는 예의 나만의 꿈-남들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할-을 꾸게 되었다. 화분의 관음죽을 잘 키워 먼 훗날 그녀가 낳아 준 우리의 자식들에게 사연을 일러주고 한 포기씩 나누어 주리라고. 문제의 관음죽이 어느덧 내 키를 훌쩍 넘겼다. 아버지랍시고, 또는 바쁜 업무를 들먹이며 지난 수 년간 두 딸에게..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14 다음